김성훈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
국민의 요구를 그대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탄생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필요하겠지요. 진상이 규명되어야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고, 그래야 진정한 다음 세계가 열립니다.

“그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습니다.”


업무가 밀려 있던 상황이라 아침부터 바빴어요. 인터넷 뉴스 속보를 통해 여객선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일이 많아서 늦은 시각까지 세월호 속보를 확인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평소와 다름없이 바쁘게 일하는 하루를 보냈죠. 그러다가 밤 늦게 관련 뉴스들을 본 기억이 납니다.


“참사 일주일 뒤, 참사와 관련된 장면들이 계속 TV에 나오는데 맨정신으로 보기가 힘들었어요.”


저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이거든요. 뉴스도 거의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요. 세월호 참사 관련해서 TV화면을 통해 관련 뉴스를 접한 것이 참사 발생 일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점심시간에 직장 근처 중국집에서 자장면 한 그릇을 시켜놓고 TV를 보고 있는데, 마침 세월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었어요. 참사와 관련된 장면들이 계속 TV에 나오는데 맨 정신으로 보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오후에 반차를 내고 계속 동료와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민간연구소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분석을 한 것이 조사의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민간연구소 연구원이었어요. 참사 발생 후 며칠 뒤에 제가 일하던 연구소의 소장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분석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연구원들에게 제안했습니다. 연구소 소장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였거든요. 그래서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온 대형 참사에 대한 사회적 의미, 그리고 사고 그 자체의 원인 등에 대한 분석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저는 이공계 출신이라 사고 원인 관련 분석을 담당하게 되었어요. 특히 참사 직후부터 사고원인과 관련해서 논란이 되었던 세월호 항적과 관련한 이슈들을 분석했어요. 연구소 홈페이지 등을 통해 분석한 내용을 공개 했고, 참사 100일에 즈음하여 <세월호의 진실>이라는 단행본을 발간했습니다.


“단기간에 끝낼 수 없는 진상규명,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제대로 마무리 해야합니다.”


단행본 발간 이후, 가족협의회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진상규명과 관련해서 문의들을 해오셨어요. 그렇게 중앙해양안전심판원 특별보고서 분석이나 인양관련 이슈들도 다루게 되었죠. 결국 특조위 조사관 활동과 관련한 제안도 받게 되어 조사관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조사 2과는 참사 당시 정부의 구조구난 활동을 포함해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관해 조사했어요. 하지만 조사 중에 업무가 강제종료 되었죠. 기록을 발견하고 입수하는 단계에서 조사를 끝내라고 하니 아쉽고, 화도 났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세월호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박근혜 정부의 철저한 방해 속에 여전히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이 작업은 앞으로 정권이 바뀐다고 한들 쉽게 마무리될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진상규명은 1년 6개월 가지고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수십년이 걸리는 과정의 극히 일부라고 생각해요. 관련된 자들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책임자를 모두 단죄하는 그 날은 앞으로 10년, 20년 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상규명이 되어야 진정한 다음 세계가 열립니다. 이를 중단없이 해낼 수 있는 정부의 탄생을 기대합니다.”


참사 이후에, 한국사회는 변화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참사를 계기로 기득권은 자신의 잘못을 더욱 은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대다수 국민은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으고 있지요. 권력을 쥔 자들은 참사 직후 무엇인가 개혁하는 시늉을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저들이 시늉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결국 박근혜 게이트라는 또 다른 계기를 통해  변화의 열망이 폭발했다고 봐요. 이 변화의 열망은 결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 열망을 정치권이 받아들여 제대로 일하느냐를 지켜봐야 하겠지요.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요구를 그대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탄생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필요하겠지요. 진상이 규명되어야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고, 그래야 진정한 다음 세계가 열립니다. 세월호참사 뿐만 아니죠. 우리 사회에 누적된 여러 문제들도 있습니다. 과거사 문제, 친일청산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려 처벌하는 정책이 중단없이 시행될 때, 한국사회의 미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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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gjin Choi 2020-12-06

참사 당일, 전원 승객구조라는 그 뉴스.
안타까울 뿐입니다.
2020년 12월이니.... 지금 몇년이 흘렀는데
2021년이 다가오는데...
안타까워요. 진상규명..
성일종 의원~! 대답하셔요

임경흐ㅣ 2017-03-25

사람이 사람같은 사람인지 아닌지 알수있는 사건 ㆍㆍㆍ 슬픔이 공감되지 않는다면 치료좀받길

쿠스 2017-03-14

저는 참사 당일 승객 전원구조라는 뉴스를 마지막으로 보고 학교수업을 들으러갔었는데요. 그때 "우리나라가 정도 되는 국가가 이정도 구조는 당연히 해내는거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게 오보였고 밤에 많은 분들이 구출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슬픔보다 사실 굉장히 황당했었어요.
왜 구하지 못했는가. 분명히 침몰전에 해경이 도착했는데 왜 구하지 못했는가. 뭐 때문에?
그리고 아직도 이 왜?에 대한 답을 명확히 얻지 못했네요.
진상규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Jinah Hong 2017-03-14

진상규명이 끝나야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우리사회의 문제들은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묻어온 온갖 악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대선에서 대선주자가 세월호 관련 진상규명에 대한 계획, 그리고 실행을 위한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를 보고 투표할 것입니다.

YoungMin Kim 2017-03-09

참사의 진상규명이 몇 년만에 끝낼 수 없는 일이라는 말씀에 무척 공감합니다. 아프지만 꾸준히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겠습니다.